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통해 쌓은 비재무 경영정보를 바탕으로 은행이 중소기업에 장기대출, 자금지원, 컨설팅 등을 해주는 ‘관계형금융’이 지난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이 같은 관계형금융을 통해 중소기업에 지난해 2조3411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11월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2조3203억원은 장기대출이었고 지분투자도 208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관계형금융 취급 건수는 4433건으로 전년보다 건수로는 917건(26%), 액수는 6617억원(39%) 늘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 비중이 33%(7721억원)로 가장 높았고 제조업 32%(7483억원), 서비스업은 10.3%(2396억원)로 뒤를 이었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 중소기업 대출의 64.8%가 만기 3년 미만의 대출인데, 관계형금융은 모두 만기가 3년 이상”이라며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낮고 초기설비 투자 탓에 부채비율이 높던 배터리 업체 A사는 대표이사의 동종업계 경력이 30년인 데다 업계 평판이 좋고, 기술개발 노력을 하고 있어 안정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거래은행이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운전자금 13억원을 신용 대출해주고 단기대출이던 30억원은 장기대출로 돌려 채무상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A사는 현재 프랑스업체와 합작법인 설립 후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으며 거래은행은 컨설팅을 통해 A사에 재무비율 개선 및 자금조달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채무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수관수도관 제조업체 B사 역시 낮은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거래은행이 대표이사의 경영능력, 특허보유, 관급 납품위주의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 신규납품계약 등 양호한 비재무정보를 바탕으로 운전자금 3억원을 3년 만기로 신용대출했다. 금감원은 “관계형금융 제도운영 실태 점검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 중소기업 자금지원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에서 관계형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 대부분을 은행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관계형금융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는 관계형금융을 통해 중소기업의 지원이 더욱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다. 독일, 일본은 ‘하우스방크’와 ‘메인뱅크’ 등 주거래 은행 제도를 통해, 미국은 사회적 약자배려 차원과 지역금융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재투자법’을 도입해 관계형금융에 접근하고 있다.
홍순영 한성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은행들이 재무제표만을 보고 자금줄을 조이면 중소기업들이 바로 신용경색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독일의 경우에는 지역금융기관과 조합은행이 관계형금융을 통해 중소기업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독일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관계형금융은 창업 초기 중소기업과 담보가 없는 기술 중심의 기업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규모로 시스템화된 한국 금융기관의 현실에 비춰볼 때, 관계형금융 취급실적이 증가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서경란 팀장은 그러나 “지난해 중소기업대출 취급액이 약 150조원(순증 31조원)인 것에 비하면 관계형금융 취급액 2조3000억원은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앞으로 더욱 강화돼야 한다”면서 “또한 A사의 사례처럼 자금지원에만 그치지 말고 시장개척 등 종합적인 컨설팅 지원을 통해 관계형금융을 통한 진정한 동반성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계형금융 은행의 단기대출 또는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을 개선해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제도.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하지만 사업전망 등이 양호한 유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은행이 기업과 장기 신뢰관계를 통해 축적한 대표자의 전문성, 업계 평판, 거래신뢰도, 사업전망 등 비재무 경영정보를 활용해 장기대출(지분투자 포함) 등 기업에 필요한 자금과 경영컨설팅을 제공한다.
[출처] 중소기업뉴스 하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