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 연구단’을 이끄는 김광호 부산대 재료공학과 교수가 연구원들과 전자현미경으로 경계면을 관찰하고 있다. - 부산=신선미 기자, vamie@hanmail.net 제공
2012년 김 교수는 경계면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나노미터(nm·10억분의 1m)인 경계면에 들어 있는 원자만 100만 개를 넘는다. 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전자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경계면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하나둘 밝혀내기 시작했다. 현재 경계면 연구에서는 김 교수팀이 독보적이다.
그 덕분에 김 교수는 지난해 경계면만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글로벌프런티어사업단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 연구단’ 단장으로 선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연구단에 연구비 35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22년까지 연간 100억~120억 원을 투입한다. 김 교수는 두 소재를 융합한 경계면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하이브리드(Hybrid)’를 붙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라는 용어도 직접 고안했다.
●1만 번 충·방전 가능한 ‘슈퍼 축전기’ 개발
연구단은 출범 1년 만에 굵직굵직한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금속유기체에 그래핀을 붙여 기존보다 에너지를 6배 더 저장할 수 있는 ‘슈퍼 축전기’를 개발했다. 이 축전기는 충·방전을 1만 번 이상 반복해도 성능이 유지돼 전기자동차에 활용될 소지가 높다.
4월에는 5nm급 초미세회로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그간 반도체를 설계할 때는 회로 선폭 10nm가 반도체 공정의 한계로 여겨져 왔는데, 그 한계를 인터페이스 연구로 뛰어넘은 것이다.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소재는 친환경 에너지 연구에도 활용된다. 연구팀은 식물의 엽록소에 은 나노입자를 붙여 기존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2배 높은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또 폴리머구슬과 산화구리를 붙인 소재를 촉매로 써서 햇빛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소전극을 개발했다. 수소는 수증기 이외에는 어떤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연료다. 수소 전극이 상용화되면 공해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김 단장은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연구로 개발한 신소재는 배터리, 반도체, 의료기기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부산=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